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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포슬린 작가 이태옥 여성회 부회장

최종 수정일: 2021년 12월 14일




홍콩에서 운동이나 취미 생활은 신선한 멘탈과 감정선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여러 운동이나 종교, 소모임과 달리 홍콩 한인사회의 예술계의 모임이나 동우회는 매우 적은 편이다. 홍콩한인여성회의 포슬린 모임 최근 몇년간 꾸준히 강좌와 전시를 병행하며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홍콩한인여성회 이태옥 부회장을 만나 포슬린과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 직후 이태옥 부회장은 남편을 따라 프랑스 파리에 13년 머물렀고 독일 등 유럽에서 살다가 홍콩으로 이주했다.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던 그녀는 파리에서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에 눈이 머물렀다. 문화센터에서 맛을 본 뒤 다시 포슬린전문학교에 들어가 정식으로 배웠다.


유럽에서 공부와 레슨을 병행하다 홍콩으로 이주하면서 홍콩의 포슬린협회에 가입하고 활동을 이어갔다. 포슬린은 크게 유럽과 미국 화풍으로 나뉘는데 홍콩은 미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유럽은 중국의 도자기 문화의 영향을 받아 지금도 중국 스타일의 화풍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은 자신들만의 분위기로 발전시켜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유럽 포슬린의 화풍은 수채화 같은 감료를 이용하고 마르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미국 화풍은 유화처럼 진한 색깔의 감료를 사용하고 수차례 덧칠하며 여러번 수정이 가능하다.


가까운 한인들에게 레슨을 하던 중 김미리 전 회장의 권유를 받고 여성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여성회가 그동안 홍콩에서 다져온 네트워크와 활동력이 더해져 여성회의 교양강좌로 자리 잡았고, 매년 일정하게 교류전과 전시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2회 모임을 갖고 약 2시간 30분 정도 진행한다. 다소 길게 느껴지지만 막상 물감을 풀고 도자기를 꺼내 작업을 시작하면 중간에 커피 시간을 가지는 것 외에는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말을 많이 하는 강의가 아니기 때문에 각자 개인의 스타일을 살려주면서 약간씩 거들기만 하면 된다고.


하얀 도자기와 접시에 공들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몇일, 몇 주동안 작품을 끝내기 위해 완전히 몰입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알코올로 싹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게 애지중지 그림을 마치게 되면 전기 가마에 넣어 800도 고열로 7시간 정도 굽는다. 이태옥 부회장은 한국에서 공수한 전기 가마를 집에 모셔놓고 거의 매일 굽고 있다. 세탁기보다 더 큰 200kg짜리 가마는 운송비만 200만원 들었다.


홍콩 아파트에서 도자기를 굽는 것도 놀라운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번 구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올 때까지 덧그리고 다시 그려서 구워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전기 가마이니 전기세도 꽤나 나올 것 같았다. 파리에서부터 포슬린 공부를 지원사격했던 남편은 슬슬 노후를 책임지라고 농담도 한다고.


포슬린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개성대로 그리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아서라고 한다. 풍경, 동물, 인물, 세밀화, 추상화 등 원하는대로 일대일로 코치해준다. 풍경화나 정물화로 시작하다가 한국적인 것을이태옥 부회장은 포슬린이 느림의 미학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굽고, 기다리고... 시간이 많이 든다고. 그러는 동안 해외에서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갖게되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마음의 안정이 된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기다리며 대화하고 서로의 그림을 애정있게 봐주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콩에 온 이후로 16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매년 2회 이상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예술의 전당, 서울시의회, 국회의사당 등에서도 개최하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달 홍콩한국문화원에서 50명의 한국인 및 홍콩인 작가들이 참여하는 교류전을 개최했다. 반정부 시위와 팬더믹으로 인해 2년만에 겨우 전시를 열어 감동이 더욱 컸다.


이미 직장인이 된 자녀들은 엄마를 따라 몇몇 작품을 만들었지만 아직 남편 작품은 하나도 없다고. 그래도 남편 없이는 절대 지금까지 올 수 없었다며 감사의 공을 남편에게 돌렸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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